존 행콕(1737-1793)은 매사추세츠주 출신의 돈 많은 무역상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되는 바람에 그의 삼촌 토마스 행콕(Thomas Hancock)의 가정에서 자랐다. 삼촌 토마스 행콕은 성공한 무역상이었었데, 삼촌 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1764년 삼촌 존 행콕이 죽으면서 그의 사업을 물려받았고, 이를 통한 재력 덕분에 보스턴의 재계와 사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올랐다.

존 행콕은 주로 영국과 무역거래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데 영국 정부가 식민지 운영 자금 부담에 식민지에 직접 과세하려 시도하자 직접적으로 사업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 1768년 영국 세관 관리가 밀수 혐의로 존 행콕 소유의 무역선인 Liberty를 압류한 것이 영국정부와 직접적으로 갈등이 나타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존 행콕은 결국 1765년 인지조례(the Stamp Act of 1765)에 반발해 영국의 폭정에 저항하고, 식민지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인 비밀 결사조직인 the Sons of Liberty에 가입하고, 그의 재력을 바탕으로 금전적으로도 지원한다. 이렇게 존 행콕이 미국의 독립을 위한 혁명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개인적인 동기도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시작된 존 행콕의 행보는 부자 무역상이었던 그를 결국 미국 독립의 아버지 중 한 명이자, 정치인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게되는 인생역전의 계기가 되었다. 그가 1775년 5월부터 2차 대륙회의(The Second Continental Congress [1775–1781])의 의장을 맡게 되었고, 그가 의장으로 재임한 기간에 그 유명한 미국의 독립선언이 승인된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공식적인 미국의 독립선언일은 1776년 7월 4일이지만, 실제 미국의 독립이 승인된 날은 그 이틀 전인 7월 2일이었다.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사람은 토마스 제퍼슨인데, 그가 선택된 것은 역시 글을 조리 있게 잘 쓰는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7월 4일은 독립선언이 승인된 후 공표할 독립선언문 초안을 각 식민지 대표들과 협의 조정하는 과정에 이틀이 더 걸리면서 최종적으로 독립선언문 최종안에 서명을 한 날이다. 이 서명은 필라델피아의 현재 Independence Hall의 Assembly Room에서 일어났다.


이 독립선언문에 대륙회의 의장 자격으로 가장 먼저 서명하게 되는 사람이 존 행콕(John Hancock)이다.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중앙에 가장 크고 멋있게 자신의 서명을 남긴다. 독립선언문 서명본을 보면 각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글씨 크기로 제각각 서명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정가운데 위치한 큼지막한 존 행콕의 서명만 눈에 들어온다. 일설에는 존 행콕이 독립선언문에 서명을 큼지막하게 이유는 영국의 왕 조지 3세(King George III)에게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역사적 기록으로 확인된 바는 근거 없는 설일뿐이긴 하다.

이렇게 대범하게 남의 시선 신경안쓰고, 서명할 수 있는 사람의 MBTI가 궁금해지는데, John Hancock의 MBTI는 ENTP ( (Extraverted, Intuitive, Thinking, Perceiving)로 보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ENTP는 본인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아웃사이더 성향이 있어 혁명가의 기질을 띤다고 하는데, 존 행콕이 혁명시대에 혁명을 성공시킨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잘 맞는 MBTI 성향 분석이다.
미국 독립혁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던 존 행콕은 이제 독립선언문에 남긴 그의 대담한 서명으로 대부분 기억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영어에서는 "서명"이라는 의미로 "signature"라는 표현 대신 "John Hancock"이라는 표현을 현재도 쓰고 있다. 아마 이 표현을 썼을 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쉽게 알아들을 것이다. 심지어 사전에도 표제어로 올라와 있는 일반 명사가 되었을 정도로 표준적 표현이 된 것이다.
이제 미국 원어민 앞에서 "I need your siganture." 대신에 "I need your John Hancock."이라는 표현을 한 번 사용해 보자. 아마, 꽤 신기하게 웃을 수도 있다. 우리가 한국어가 어눌한 미국인이 "조족지혈"이니 하고 사자성어라도 쓴다면 우리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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