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박제하다"를 영어로?

ktiffany 2025. 2. 16. 08:04

► immortalize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빌 게이츠(Bill Gates)를 상당히 멸시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이다. 스티브 잡스가 빌 게이츠를 대놓고 무시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Untold Stories About Steve Jobs by Friends and Colleagues (친구들과 동료들이 들여주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못다 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난 이후인 2012년 10월 21일 자  포브스(Forbes) 기사로 소개된 적이 있다. 참고로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6년 가을 빌게이츠는 약속을 잡고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회사인 NeXT Compluters 사무실에 스티브 잡스를 만나러 왔다. 그 해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주식 상장(IPO)에 성공한 빌 게이츠는 말 그대로 테크 계통에서는 그야말로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그 당시 Next Computers에서 일하던 소프트엔지니어 직원이었던 Randy Adams는 스티브 잡스가 자기 큐비클에서 앉아서 별로 바빠 보이지도 않았는데 빌 게이츠를 로비에서 한 시간에 기다리게 그냥 두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소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간 복잡하고 미묘한 경쟁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일화로 간주된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맥킨토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중 나중에 애플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도용해 윈도우(Windows)를 출시했다고 여겨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그 둘간의 팽팽한 경쟁과 긴장관계는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은 창의적이지도 않고, 스타일도 구리다면서 "취향(taste)"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빌 게이츠도 나름 스티브 잡스가 같이 일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여겼지만, 잡스의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렇지만, 스티브 잡스는 코딩을 할 줄 모른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젬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둘 중 결국 승자는 누구였을까? 천하의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빌 게이츠를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사건 이후 대충 10년이 지난 1997년 애플은 파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결국 스티브 잡스는 자존심을 다 버리고, 굴욕적이지만, 빌 게이츠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에 1천5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맥킨토시용 윈도우를 개발하기로 약속하면서 애플을 구해주는 구원투수가 되었다. 하지만 1997년 보스턴에서 열린 맥월드 컨퍼런스(Macworld conference)에서 스티브 잡스가 이 사실을 공지하는 자리에 빌 게이츠는 직접 자리에 나오는 대신 위성 화면으로만 등장했다.

 

1997년 8월 18일 Time 매거진에 실린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통화하는 사진

 

“Bill, thank you. The world’s a better place."

-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간 통화 중 -

 

스티브 잡스가 이후 빌 게이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한 사실이 1997년 8월 18일자 타임 매거진 표지에 크게 "박제"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성공하기 위해 꼭 마이크로소프트를 눌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애플이 잘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잡스가 죽기 전 말년에 그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가까워졌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잡스가 병상에 있는 동안 여러 차례 잡스를 방문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1955년 같은 해에 태어나기도 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사람이 애플과 윈도우라는 컴퓨터 산업의 양대 산맥을 세운 거물들이 되었다는 것도 정말 우연 치고는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빌 게이츠는 잡스가 죽은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 시점에도 많이 늙기는 했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최근 "Source Code"라는 제목의 회고록도 내면서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필자 사진> 2025년 2월 4일 맨하탄 소재 Temple Emanu-El에서 있었던 빌 게이츠의 신간 회고록 "Source Code" 출판 기념 북토크(左: 빌 게이츠(Bill Gates), 右: 진행을 맏은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즘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박제하다"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가까운 의미와 어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박제 동물"에서처럼 쓰는 의미의 박제는 영어로 "stuffed anmimal"처럼 "stuffed"를 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동사 "stuff"는 "채우다"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박제라는 행위 중 박제물 껍데기 안을 채우는 것에 집중한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가 요즘 흔히 쓰는 "박제하다"는 흘러가는 행위와 시간을 마치 사진을 찍어서 순간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로 말 그대로 어느 한 순간이 잊혀지거나 부정될 수 없도록 영원한 증거로 남기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는 동사 "stuff"로는 같은 의미로 두 언어가 그대로 교환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로는 "immortalize"라고 해야 우리말의 "박제하다"라는 의미가 전해진다.  말 그대로 순간을 영원하도록 "불멸화"시키는 것이다. 

 

► "immortalize" 사용 예시

 

  • The photographer's iconic shot of the protest immortalized the courage of the demonstrators.
    그 사진작가의 상징적 샷으로 시위자들의 용기를 박제했다.
  • The filmmaker hoped to immortalize the band's legacy with a documentary that would last for generations.
    그 영화감독은 수 세대를 지속할 다큐멘터리로 밴드의 유산을 박제할 수 있기를 바랬다.
  • The artist painted a picture to immortalize the beauty of the landscape.
    그 예술가는 그림을 그려 풍경의 아름다움을 박제했다.
  • The historic event was immortalized in a bestselling book that people still read today.
    그 역사적 사건은 사람들이 지금도 읽는 베스트셀러에 박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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