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여권은 손때가 많이 묻었다.
>> My passport is well-t_ _ _ _ed.

내 여권은 손때가 많이 묻었다.
>> My passport is well-thumbed.

언론인이었던 작가 홍세화가 " 프랑스 망명 기간 택시 운전기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5년 출간한 에세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그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파리의 택시 운전기사" 홍세화가 있다면 뉴욕에는 "뉴욕의 여성 택시 운전기사" 프랜 리보위츠(Fran Lebowitz)가 있다. 그녀는 1950년 뉴욕의 바로 옆 주인 뉴저지 모리스타운(Morristown)에서 태어났는데, 고향에서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자퇴도 아니고, 퇴학을 당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젊은 나이에 뉴욕에서 정착하게 된 그녀는 짧은 학력에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을 많이 했지만, 그 중에서 택시 기사도 했다. 보통 여성이라면 식당에서 팁을 받는 것이 일하기도 편하고, 수입도 좋은데, 굳이 여자로서 택시기사를 선택한 것은 식당 서빙은 매니저에게 성접대 없이 좋은 근무 시간 편성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몇 년 전 미국에서도 뜨거웠던 유명 여성 배우들의 "미투" 운동이 일어난 것이 사실은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뜻은 직업상 여성의 원하지 않는 성적 강요는 오랫동안 어느 곳에나 있었던 것이지만, 다만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고, 유명인들은 알려졌다는 차이만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글재주와 말재주로 고등학교 퇴학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유머리스트, 심지어 영화배우라는 영역까지 진출하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나 앤디 워홀 같은 유명인사들과도 어깨를 비비는 사이가 될 정도로 뉴욕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잘 못하는 것이 부동산이나 미술 작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재능이나 안목이 없다고 말한다. 부동산으로 돈 벌어본 적이 없고, 자신이 소장하던 앤디 워홀 작품도 그가 죽기 겨우 2주 전에 팔았더니 갑자기 작품 가격이 올랐다고 말한다. 그렇게 돈버는데 소질 없는 그녀지만, 글 쓰고 말하는 재주가 뛰어났던 그녀는 글 쓰고 말하는 재주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의 집에는 책이 일만 권이나 있는 엄청난 독서광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랜은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쓰지 않고, 책도 서점에 직접 가서 산다. 다만, 필요하면 부탁해서 아마존에서 책을 주문하는 경우는 있다.

디지털 책 덕분에 우리는 이제 손때 묻거나 손이 많이 탄 책을 구경하거나 갖게 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이있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수학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책이었던 홍성대 저서의 "수학의 정석" 책이야 말로 누구나 손때 묻고, 손이 많이 탄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굳은 결의로 수학의 정석책을 사서 처음 집합 부분 보다가 포기한 책을 나중에 또다시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시작하기를 반복하다가 내려놓은 수학 정석책은 책의 옆면이 처음 일부만 까맣고, 그 뒤로는 깨끗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누구의 정석책만 보아도 그 친구가 수포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면 "손이 많이 탄 책", "손때 뭍은 책"을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우리는 "손"이라고 하는데 반해 영어에서는 "손" 중에서도 더 들어가 구체적으로 "엄지손가락"까지 간다. 그래서 "thumb"이 들어간 표현을 쓴다. 보통 책장을 넘길 때는 엄지손가락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thumb"을 동사로 써서 "thumb through"라고 하면 "책장을 넘기다"라는 뜻이 될 정도이다. 그래서, "well-thumbed"라고 하면 "책장을 여러 번 넘긴", 즉 "손때 탄"이라는 의미가 되어서 결국 "well-thumbed"가 "손이 많이 타다", "손때 묻다"라는 의미가 된다.

시대에 따라 유행에 따라 손때 묻는 책도 많이 바뀐다. 예전에 손때가 많이 뭍은 책이 수학의 정석책, 성경책 같은 것이었다면 요즘에는 여권이 손때가 가장 많이 타는 "책"인 것 같다.
▶ well-thumbed : 손이 많이 타다, 손때 묻다
Later that morning, I picked up the well-thumbed book, one my sister had borrowed from a friend.
그날 아침 나중에, 나는 여동생이 친구한테 빌려온 손때 묻은 책을 집어들었다.
Shockingly, over the last few years in his household, the most well-thumbed book has been the Bible.
놀랍게도, 그의 집에서 지난 몇 년간, 가장 손이 많이 탄 책은 성경이었다.
The book is well-thumbed.
그 책은 손이 많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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