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작품인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유명한 포스터 장면은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알만한 뉴욕의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바로, DUMBO (덤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한도전 덕분에 더 잘 알려진 관광명소로 아마 뉴욕에 관광을 간다면 웬만하면 일정에 들어가는 곳일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사진보다 실제 가 봤을 때 더 멋진 곳이 아니었을까 한다. 덤보는 정확히 말하면 브루클린에 위치해 있는데, 사실 덤보는 여러 단어를 하나로 하친 축약어(Acronym)로 원래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라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뉴욕의 맨하탄 브리지 밑인 것이다.
이렇게 일견 보기에 너무나도 미국적인 장면을 연출한 영화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인이 아니라 이탈리아 영화감독인인 세르조 레오네(Sergio Leone, 1929.01.03. ~ 1989.04.30.)이다. 그는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의 대부인데 특히 영화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icone)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미국 서부 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이다. 그러나,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은 자신의 전공인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가 아닌 갱스터 느와르 영화였고, 현재에도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의 영화음악도 어김없이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았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중 너무나 서정적이고 애절하게 아름다운 곡인 Deborah's Theme (데보라의 테마)는 콘서트에서도 자주 연주될 정도로 특히 유명하다.
서설이 길어졌는데, 이 영화 포스터의 덤보 장면에서 특히 나의 눈을 끄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길바닥에서 올라는 수증기이다. 이 수증기야말로 형체가 없지만, 가장 뉴욕스런 풍경 중 일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도시의 길 여기저기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는 뉴욕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유래없는 장면이고, 뉴욕을 진짜 뉴욕으로 만들어 준다. 뉴욕의 풍경 중 노란색 택시가 대표적이라면 아마 이 수증기는 없으면 뭔가 허전하지만, 뉴욕 노란 택시처럼 바로 떠올리기는 힘든 그런 대상이다.


이미 말한 대로 이 하얀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인체에 무해한 수증기이다. 물론 뜨거울 수는 있다. 그럼 이 수증기의 정체는 무엇이고, 누가 만드는 것일까? 간단히 말해서 이 수증기는 뉴욕시의 냉난방부터 청소, 건물 내 습도 조절까지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수증기 시스템은 맨하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구와 빌딩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개별 빌딩에 냉난방을 맡기는 것보다 집중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난방 재료가 물이니까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이 스팀 시스템이 시작된 것은 1882년으로 뉴욕 1904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뉴욕 지하철보다 더 오래된 뉴욕의 대표적 시스템이다.
이 증기 공급 시스템은 여러 회사가 맡고 있지만, 사실상 그 대부분을 Con Edison (콘 에디슨)이 담당하여 독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수증기는 뉴욕의 대표적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 Museum)이나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습도조절도 담당하고 있다. MOMA의 대표작인 반 고흐 작품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도 이 수증기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이 수증기는 뉴욕의 독특한 풍경정도가 아니라 도시의 생명줄인 것이다.

이제는 덤보 앞에서, 혹은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사진 포즈를 취했다면 다음 한 컷은 콘 에디슨의 오렌지색 수증기 기둥 앞에서도 포즈를 잡아보자. 이 사진이야말로 정말 뉴욕적인 사진 컬렉션의 일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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