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팔아 직접 찾아간 미국의 인물, 건물, 그리고 사물 이야기

11. 백년 넘은 교회에서 먹는 경건한 피자: John's Pizzeria of Times Square

ktiffany 2025. 1. 13. 10:27

1990년대 초만 해도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지금과 같이 관광객이 선호할만한 관광명소가 아니었다. 70년대 뉴욕시가 파산할 지경에 이를 만큼 쇠락했던 시기에서 타임스퀘어는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성인 샾과 매춘, 폭력, 범죄가 성행하는 피해 가야 할 지역이었지만, 타임스퀘어를 재생시키 위한 뉴욕시의 움직임도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 당시 뉴욕시장이던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는 타임스퀘어를 탈바꿈하기 위해 환경을 미화하고, 범죄율을 낮추고, 비즈니스를 끌어들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실천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디즈니(Disney)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타임스퀘어에 있는 New Amsterdam Theatre에 유치한 것이다. 뉴욕시는 1995년 이 극장을 디즈니에 99년간 임대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장기계약 덕분에 디즈니는 허물어져가는 New Amsterdam Theatre를 리노베이션 하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수 있었고, 그즈음 애니메이션 영화로 성공한 라이온킹(Lion King, 1994)을 1997년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면서 대히트를 치게 된다. 이렇게 디즈니의 브로드웨이 진출이 성공하면서 타임스퀘어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다시 부흥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타임스퀘어를 소생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뉴욕시의 디즈니 유치 전략은 완전한 성공이었던 셈이다.

<필자 사진> 2025년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타임스퀘어

 
현재 뮤지컬 라이온킹은 뮤지컬 알라딘에 New Amsterdam Theatre 자리를 내어주고, 지금은 Minskoff Theatre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뮤지컬 시카고(Chicago), 뮤지컬 위키드(Wicked) 등과 같이 브로드웨이의 붙박이 공연으로 자리잡고 있다.

<필자 사진> 브로드웨이 New Amsterdam Theatre: ,지금은 뮤지컬 알라딘(Aladdin)이 장기공연 중이다.

 
이렇게 타임스퀘어가 환골탈태의 전환점에 서있던 1995년 Madeline Castellotti는 타임스퀘어의 가능성을 보고, 이 곳에 피자 가게를 열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했다. Madeline Castellotti는 자신의 독특한 피자만큼이나 장소도 독특하기를 원했는데, 8번가(8th Avenue)에 인접한 44번가(44th Street)에 버려진 교회 건물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았다. 사실 이 교회는 1889년 캐나다의 성직자였던 Albert Benjamin Simpson이 세운 Gospel Tabernacle Church였는데, 20세기 초만 해도 매우 흥했던 교회였지만, 7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뉴욕시와 타임스퀘어가 쇠락하면서 교회도 버려진 것 같다.

<필자 사진> John's Pizzeria 정문 모습: 겉으로 봐서는 안이 교회임을 짐작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오랫동안 방치되어 홈리스들이 우글거리고, 이미 낙서가 인테리어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망가진 옛 교회 건물이었지만, 천장의 8각형 스테인드 글래스만큼은 완벽한 원형을 보전하고 있었다. 똑같은 사이즈로 등분된 8각형 천장의 스테인드 글래스는 마치 8등분된 피자 파이와 닮아 있었고, Madeline Castellotti는 바로 이 옛 교회 건물을 피자 가게 자리로 낙점한다.

<필자 사진> 8등분 피자 한판과 닮은 천장의 스테인드 글래스

 
싱글맘이었던 Madeline는 아이들이 자라기를 기다렸다가, 대형 로펌의 인사 담당일을 그만 두고, 옛 교회를 피자 가게로 개조하는데 물심양면 애썼고, 2년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되었다. 1997년 6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인테리어의 피자 가게가 탄생한 것이다. 창업주인  Madeline는 2004년 세상을 떠나고, 그 딸이 가게를 물려받아 엄마의 비전을 계승하고 있다. 
 
화덕으로 굽는 이 피자가게는 화덕에 온도계도 두지 않고, 숙달된 장인이 감으로 굽는다고 하니 피자 하나하나가 똑같지 않고, 다 독특하다고 한다. 줄도 좀 있지만, 회전이 빠른 편이었고, 피자 맛이 정말 좋은 맛집임을 인정한다. 원래 교회 건물이다 보니 자리도 당연히 많은데 이 많은 자리를 손님들로 꽉꽉 채우는 것이 놀랍다. 여기저기 걸린 사진들이 그 건물이 교회였음을 말해주고, 한쪽 대형 벽면에는 옛 뉴욕의 모습을 담은 그림도 인상적이다.

<필자 사진> 한쪽 벽을 완전히 덮은 맨하탄의 그림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