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 돈 맥클린(Don Mclean)의 노래 "Vincent"의 가사 中 -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모마(MoMA)에 가서 꼭 봐야 하는 1호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 누구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일 것이다. 이 작품은 미국 유명 가수인 돈 맥클린(Don Mclean)이 부른 곡에 등장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돈 맥클린은 반 고흐의 삶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고흐에게 헌정하는 뜻으로 "Vincent"라는 제목의 곡을 썼는데, 곡 처음 시작 가사부터가 "Starry, Starry night"으로 반 고흐의 그림 제목을 직접 언급하고 있다. 이 곡은 돈 맥클린의 또 다른 유명곡이며, 같은 제목의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American Pie"와 같은 앨범에 수록되어 1971년에 발표된 곡으로 1972년에 UK 싱글즈 차트에서 2주간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한 노래였다.
이와 더불어 같은 앨범에 있는 American Pie (아메리칸 파이)도 2023년 4월 한국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시 그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몇 소절 불러서 한국에서도 다시금 화제가 된 곡이기도 한데 팝음악으로는 이례적으로 8분이 넘는 곡으로 1971년 노래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도 듣고 부르는 클래식 명곡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MoMA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꼽으라고 한다면 두 번째는 아마도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 Campbell’s Soup Cans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찌 보면 MoMA가 현대 미술에 초점을 두고 있는 미술관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시대적으로 봤을 때는 고흐의 작품보다 오히려 앤디 워홀의 작품이 MoMA와도 더 맞는 작품으로 볼 수도 있겠다.
캠벨 수프 캔 작품은 앤디 워홀이 유명해지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 앤디 워홀을 유명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앤디 워홀 작품이 워낙 많고 다양해서 다작으로 치면 팝 아트계의 피카소라고 할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고, 웬만한 큰 뮤지엄에 가면 피카소 작품들처럼 앤디 워홀 작품 한 두 개는 걸려 있을 정도로 방대한 작품들을 남기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캠벨 수프 캔은 앤디 워홀의 아이콘 중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또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은 아마 지금 소개할 이 사람이 없었다면 최소한 우리가 보고 있는 완전체 캠벨 수프 그림 32개를 온전하게 MoMA에서 보고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 사람은 어빙 블룸(Irving Blum) (1930년 生)이다.
어빙 블룸은 미국 공군(US Air Force)을 명예 제대 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였다가 친구 소개로 현대 가구 재벌인 Hans Knoll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다시 이사를 하고, 뉴욕에서 추상적 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의 정점에 서 있던 뉴욕의 갤러리들을 방문하면서 미술적 취향을 갖게 되었다. Knoll을 퇴사 후 다시 로스앤젤레스(LA)로 돌아가 ㄱ그 당시 Ferus 갤러리의 공동창립자 중 한 사람인 Walter Hopps를 만나게 되고, Hopps가 또 다른 갤러리 지분 소유자인 Ed Kienholz가 포기하는 지분을 인수할 것을 제안하면서 Ferus 갤러리의 주인이 되게 된다.
어빙 블룸은 1961년 앤디 워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와 닿는 작품을 찾지 못했다. 그 당시 앤디 워홀은 만화책에 나오는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몇 달 후 두 번째 앤디 워홀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어빙 블룸은 앤디 워홀이 만화 그림을 집어치우고, 대신 수프 캔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앤디 워홀은 만화 그림은 더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바꿨다고 말했는데, 그 더 잘한다는 사람은 다름 아닌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을 말하는 것이었다.
"Many an afternoon at lunchtime Mom would open a can of Campbell's for me, because that's all we could afford, I love it to this day." (점심 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캠벨 수프 캔을 따주곤 했다. 왜냐하면 우리 형편에 그거밖에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캠벨 수프를 좋아한다.)
- 앤디 워홀(Andy Warhol) -
어빙 블룸이 캠벨 스프 캔들을 그린 것을 보고, 앤디 워홀에게 뭐냐고 물으니, 요즘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고 답을 했고, 왜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그리냐고 하니 앤디 워홀은 32개를 그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어빙 블룸이 다시 왜 32개냐고 묻자 캠벨 수프가 32종의 다른 맛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답을 했다. 앤디 워홀이 굳이 다른 것도 아닌 캠벨 수프 캔을 몽땅 그리게 된 이유는 그 수프가 앤디 워홀이 20년간 먹던 점심 메뉴였기 때문이다.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가 점심이면 캠벨 수프 캔을 따주곤 했다는 것이고, 나름 32가지 다양한 맛이기 때문에 그래도 물리지 않고, 20년을 먹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블룸은 이 작품이 너무 맘에 들어서 앤디 워홀에게 블룸의 갤러리인 Ferus 갤러리에 전시하자고 제안하는데, 굳이 뉴욕을 두고 미술 불모지인 서부까지 가서 작품을 거는 것이 그리 와닿지 않던 앤디 워홀에게 자기 갤러리에 영화 배우들이 많이 온다고 꼬시자 사실 뉴욕에는 자신의 작품을 걸어줄 만한 갤러리도 없었던 앤디 워홀이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사실 영화배우들이 많이 온다는 어빙 블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어쨌든 1962년 7월 이렇게 해서 앤디 워홀은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Ferus 갤러리에서 캠벨 수프 캔 그림 32점의 단독 전시회를 열게 된다. 전시 결과 판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캠벨 수프 32점 중에서 토마토 맛을 포함해 총 5개 정도가 팔린 게 전부였다. 그러자 어빙 블룸은 앤디 워홀에게 다른 제안을 한다. 그림을 따로따로 작품으로 보고 파느니 32개를 한 작품으로 취급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앤디 워홀은 그 생각이 좋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이미 판매된 작품은 계약만 하고 실제 작품을 인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림을 산 고객들에게 전화해서 사정하면서 그림 판매를 모두 취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 전체 32개를 어빙 블룸이 1천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다. 어빙 블룸은 천 달러를 일시불로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앤디 워홀에게 10개월 할부로 매월 100 불씩 지불하기로 했다.
결국 어빙 블룸은 이 작품을 30년 넘게 들고 있다가 1996년 1천 5백만 달러에 뉴욕 MoMA에게 팔게 되면서 1천5백만%의 경이적인 투자 수익을 올리게 된다. 그게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미술품이든 관계없이 어떤 투자자도 아마 30년 만에 이 정도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빙 덕분에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 32개를 여기저기 미술관을 전전하며 따로따로 관람하거나, 개인이 들고 있어 아예 볼 수 없거나, 작품이 분실되거나 하는 일 없이 뉴욕에만 가면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대중 관람객으로서는 어빙 블룸에게 감사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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