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팔아 직접 찾아간 미국의 인물, 건물, 그리고 사물 이야기

18. 혁명의 암호가 뉴욕의 로맨틱 레스토랑이 되다: One if by Land, Two if by Sea 와 Paul Revere

ktiffany 2025. 1. 27. 06:34

맨하탄 그리니치 빌리지, 정확한 번지는 17 Barrow Street인 이 2층 빌딩은 자타공인으로 맨하탄에서 가장 로맨틱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One if by Land, Two if by Sea가 있다. 이 레스토랑은 이름도 길고 특이하지만, 건물 자체도 흥미로운 미국의 역사를 품고 있다. 사실 그 이름조차도 미국의 중요한 역사와 관련이 있다. 
 
사실 이 건물은 1790년대 그 당시 뉴욕주 검찰총장 재직 시절 아론 버(Aaron Burr)가 마차와 말을 보관하던 마차 건물과 그에 부속된 마구간이었다. 그러나, 정적이던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에게 결투 신청을 해 1804년 7월 11일 뉴저지주 위호켄(Weehauken)에서 역사적 결투가 성사되고, 그 끝은 미국 혁명전쟁의 영웅이자, 재무장관이던 알렉산더 해밀턴의 죽음이라는 비극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당시 부통령이던 아론 버도 결국 정치 인생의 내리막을 걷게 된다. 게다가 그가 뉴욕에 소유하고 있던 재산 대부분을 잃게 되는데, 여기에는 17 Barrow Street 건물도 포함되었다. 
 
이 건물은 한 때 뉴욕시의 소방서로 쓰이기도 했으나, 시에서 민가에 매각하면서 무성영화관이 되기도 하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레스토랑, 바 등 여러 차례 업종 전환이 이루어지다가 1970년에 비로소 현재의 레스토랑 주인이 인수하게 된다. 현재 주인이 인수하고 나서 1800년대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물건들이 발견되기도 했고, 바 쪽에는 지금도 말을 묶어두던 기둥의 흔적도 남아 있을 정도로 옛 건물치고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레스토랑 홈페이지> One if by Land, Two if by Sea 내부

 
지금 이 레스토랑은 파인 다이닝을 선사하는 고급 로맨틱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평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청혼이 이루어질 만큼 맨하탄 어느 레스토랑보다도 청혼 이벤트 빈도가 많은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3 코스 프리픽스(Prix Fixe) 메뉴나 셰프 구성 메뉴도 일인당 160불에서 200불 사이를 오가는 가격에 와인도 페어링하고 하면, 거기에 세금에 팁까지 2명 이서도 금방 5백 불 이상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게다가 청혼이라도 하려면 꽃다발에 반지에 준비까지 해야 하니 결혼의 대가는 작지 않다. 그러니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해야 하고, 너무나 로맨틱하고 멋진 장소에서 청혼을 거절당하지 않기만을 바랄 노릇이다. 
 
그러면, 8 단어나 들어가는 레스토랑 이름에는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을까? 우선 이름에 Land (땅)과 Sea (바다)가 들어가는 이름을 택한 것은 중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음식 재료는 결국 땅과 바다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어떻게 사용되게 되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메뉴 중에 Surf and Turf라고 하면 육지와 바다에서 나는 음식재료로 구성된 메뉴를 뜻하기도 하는데, 각운(rhyme)을 챙긴 이 표현은 결국 surf가 파도이고, turf는 땅을 뜻하니 보통 땅에서 나는 고기와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메뉴를 정할 때 "육해공 중에 뭘로 먹을래?"하고 물어보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그러니, 레스토랑 이름에 Land와 Sea를 집어넣은 것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Land에서 최고의 메뉴는 역시 스테이크이고, 바다에서 최고의 메뉴는 보통 랍스터나 새우를 치니, 스테이크 랍스터 디너가 가장 고급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앞서 말한 대로 이 레스토랑 이름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이 식당 이름과 관련이 깊은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폴 리비어(Paul Revere)이다. 폴 리비어는 Paul Revere's midnight ride로 유명한 미국 독립혁명의 주역 중 한 사람이다.

<필자 사진>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에 소장된 Paul Revere 초상화(1768) (John Singleton Copley, 캔버스 유화)

 
Joseph Warren은 1775년 4월 7일 영국군 군대가 움직이려는 동향을 감지하고, 민병대 무기와 군수물자 주요 보관지이던 콩코드(Concord)에 있는 매사추세츠 의회에 이를 알려주기 위해 폴 리비어를 보냈다. 이 덕분에 콩코드 주민들은 군수물자를 미리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일주일 후인 4월 14일 영국의 게이지(Gage) 장군은 국무장관인 다트머스(Dartmouth) 백작 WIlliam Legge로부터 콩코드에 무기를 숨긴 것으로 알려진 반역군들을 무장해제하고, Sons of Liberty (자유의 아들)인 사무엘 아담스(Samuel Adams)와 존 행콕(John Hancock)을 투옥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에 게이지 장군은 프랜시스 스미스(Francis Smith) 중령에게 신속하고 은밀하게 보스턴에서 콩코드로 진군해 무기 보관소를 찾아 파괴하되 민간인과 사유재산은 건들지 않도록 하고, 역효과를 우려해 사무엘 아담스와 존 행콕의 체포는 지시하지 않는다.
 
1775년 4월 18일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 Joseph Warren은 Paul Revere와 William Dawes에게 영국왕의 군대가 보스턴에서 배로 출발해 캠브리지와 렉싱턴과 콩코드로 가는 길로 향하려 한다는 첩보를 전달한다. 영국 정규군의 움직임은 사무엘 아담스와 존 행콕을 체포하는 것이 목표인데, 콩코드에 있는 무기와 물자들은 모두 옮겨놓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지만, 이 혁명 지도자들이 이런 위험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들과 근처 마을 민병대에도 이를 미리 귀띔해주도록 Paul Revere와 William Dawes를 보낸다.  
 
4월 18일 이전부터 폴 리비어는 North Church의 교회지기인 Robert Newman에게 영국군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찰스타운의 식민지 주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영국군이 육로로 오면 등불 1개를, 찰스강을 건너 물길로 오면 등불 2개를 걸라고 말한대서 오늘날 유명한 구절인 "one if by land, two if by sea"이 유래했다. 결국 영국군은 물길로 왔고, 등불은 이에 따라 2개를 밝히게 된다. 
 
Revere와 Dawes는 중간에 의사였던 Prescott까지 합류하면서 3명이 콩코드로 향하는데, 세 사람은 링컨에서 영국군에게 붙잡힌다. Prescott은 말로 벽을 넘어 숲으로 도망치는데 성공하고, 결국 콩코드에 도달한다. Dawes도 탈출하기는 했지만, 말에서 떨어지면서 콩코드까지 완주하지 못한다. 그리고, Paul Revere는 붙잡혀 취조당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말만 빼앗기고 풀려난다. 폴 리비어는 그 후 존 행콕과 사무엘 아담스와 머물고 있던 Jonas Clarke 목사 집까지 걸어가 두 사람을 만났다. 
 
Paul Revere의 자정 말 달린 이야기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유명했던 게 아니라, 폴 리비어가 죽은 지 40년도 넘은 1861년에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Henry Wadsworth Longfellow)(1807~1882)가 Paul Revere's Ride라는 제목의 시를 출간하면서 유명해진 것이다. 그 시에 그 유명한 등불 구절이 등장한다.
 

"Listen, my children, and you shall hear
Of the midnight ride of Paul Revere,
On the eighteenth of April, in Seventy-Five;
Hardly a man is now alive
Who remembers that famous day and year

 
He said to his friend, "If the British march
By land or sea from the town to-night,
Hang a lantern aloft in the belfry-arch
Of the North-Church-tower, as a signal-light,--
One if by land, and two if by sea;
 
"들어봐 얘들아, 그러면 너희들은 Paul Revere가 75년 4월 18일 자정에 말달린 이야기를 듣게 될 거야.
그 유명한 날짜와 연도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다 죽고 없어. 
 
그는 자기 친구에게 말했어. "영국군이 오늘밤 마을에서 땅이나 바다로 행진한다면,
 불빛 신호로 North Church 타워 종탑 높이 랜턴을 걸어. 
땅으로 오면 하나, 그리고 바다로 오면 두 개"
 

<시카고 미술관 홈페이지> American Gothic (1930) (Grant Wood, Beaver Board에 유화)
American Gothic 페러디

 

그리고 그림 중에 이보다 더 패러디가 많이 되는 그림이 있을까 할 정도로 American Gothic으로 유명한 미국 화가 Grant Wood는 다시 롱펠로우의 시에 영감을 받아 1931년 The Midnight Ride of Paul Revere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에는 과장될 정도로 North Church를 첨탑이 높게 표현하고, 그 밑에 힘차게 말을 달리는 Paul Revere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 Museum)에 소장되어 있는데, 아마 메트 뮤지엄이 소장한 Grant Wood의 유일한 회화 작품일 것이다. 참고로 Grant Wood의 대표작인 American Gothic은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에 소장되어 있다. 두 그림은 각각 1930년, 1931년에 그려졌으니 1년 간격으로 그려진 같은 시기 작품이다. 

<필자 사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된 The Midnight Ride of Paul Revere (1931) (Grant Wood, 매소나이트에 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