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eakout
전원주는 대졸자도 귀한 시절에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국문과까지 나온 나름 엘리트였지만, 배우로서는 외모때문에 오랜 시간 식모 역할을 꿰차던 무명아닌 무명 배우였다. 그런데 의외로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주연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광고였다. 1998년 002 국제전화 광고를 통해 전원주는 주인공이 되었고, 이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그녀는 오랜 식모 생활 끝에 주연급이라는 다음 계단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전원주에게는 배우로서는 드물게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광고가 돌파구가 된 작품이 된 것이다. 그녀는 식모 연기부터 차곡차곡 조금더 비중 있고 나은 배역으로 하나씩 승진하듯이 차곡차곡 올라가 주연급 대우를 받게 된 것이 아니다. 10년 넘은 연기생활로도 가지 못한 자리를 광고 하나로 단박에 이뤄냈다.
"나 다시 돌아갈래!"
철길 한 복판에서 두 팔을 펴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는 사내의 모습은 그와 아무런 인연이나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그에게 무슨 억울한 사연이라도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박하사탕"이다.
영화 "박하사탕"은 배우 설경구가 오랜 무명의 연극 생활을 마감하고 일약 주연급 배우로 퀀텀 점프하는 돌파구가 된 영화이다. 연극이라는 것이 주연배우라고 하더라도 연극이라는 시공의 제약상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관객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연극배우는 다 무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연극을 통해 쌓은 내공 탓인지 "박하사탕"을 통해 70, 80년대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한 개인을 통해 투영해내는데 소름끼치는 사실적 연기력으로 영화 한편으로 주연급 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설경구에게도 전원주의 경우에서처럼 "연극에서 오랫동안 무명생활 했으니, 이제는 영화 한번 할 때가 됐어."라는 식으로 누군가 그에게 다음 기회를 주는 식으로 "박하사탕"을 던져 준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원주의 002 국제전화 광고, 설경구의 박하사탕 같은 돌파구가 되는 계기가 필요하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이런 기회가 와도 돌파구가 되지 못하겠지만, 모든 준비된 자에게 이런 돌파구가 되는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다. 10 cm 높이의 계단 앞에서 9 cm 높이만큼 발을 뻣으면 다음 계단으로 오르지 못하듯 많은 사람들이 다음 계단을 밟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 있거나 낙오한다. 우리는 사회적 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눈을 가리고 오른다. 다음 계단의 높이가 얼마인지도 모를 뿐더러 심지어는 다음 계단이 있기나 한지도 의심하면서 결국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래서 성공은 소수의 선택받은 자의 것이다. 언뜻 개인적으로는 억울할 수 있지만, 자연의 법칙에서 보자면 내가 다음 계단으로 나가든 내 옆 사람이 다음 계단으로 나가든 무차별하다. 자연이 다른 사람 대신에 꼭 나를 선택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이 우리에게 다음 계단으로 나갈 수 있는 행운의 돌파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억울해하지 말자. 자연의 법칙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
그럼, "박하사탕"과 같은 "돌파구"를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 "breakout"을 쓰면 된다. "breakout"은 명사로 "탈옥"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감옥의 벽을 깨고 나오면 넓은 자유의 완전히 다른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처럼 "돌파구"가 지금 현재의 위치와 다른 전혀 다른 신세계를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우리말에서 "돌파구"는 단독으로 쓰기도 하지만, 보통 "돌파구가 된 영화", "돌파구가 된 사건", "돌파구간 된 역할"처럼 다른 명사를 수식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에서도 "breakout"은 형용사로서 다른 명사를 수식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그래서 "돌파구간 된 영화"는 "breakout movie", "돌파구가 된 역할"은 "breakout role", "돌파구가 된 사건"은 "breakout event"처럼 쓸 수 있다.
▶ "breakout" 사용례
This author considers that Science Fair project as the breakout event of his burgeoning career as an astronomer.
이 저자는 그 과학 박람회 프로젝트를 천문학자로서 막 싹트기 시작한 자기 직업의 돌파구가 된 사건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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