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존버"를 영어로?

ktiffany 2025. 1. 5. 23:01

▶ hang in there

 

필자가 "존버"라는 표현을 접한 것은 주식투자를 하는 친구로부터이다. 그 친구는 자기가 쥐고 있는 주식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존버"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는데, 처음 이 표현을 들었을 때는 외국의 "존버"라는 사람이 만든 무슨 투자 법칙이라도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존버"가 뭐냐고 물으니 허무하게 "존나 버티기"라고 말한다. 그런 표현이 나온 출처를 거슬러가다 보니 의외로 2012년 소설가 이외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안타깝게 지금은 풀소유로 드러난 혜민 스님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이외수 선생과 대화 내용을 싣고 있는데, 여기서 이외수 선생이 존버 정신을 언급한 것이다.

 

 

1993년 4월 5일 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전미 대학 체육 협회) 남자 농구 결승전은 치열한 접전이었다. 그날 경기는 UNC(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과 미시건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이 맞붙었다. 그야말로 땀을 쥐게하는 경기였다. 이날의 경기는 대중들게 막상막하의 접전으로 재미있는 경기이기도 했지만 유독 다른 결승경기와 다르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경기로 기억된다.

 

경기 후반 73 대 71. 간발의 차이로 UNC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19초를 남겨두고 미시건대학교의 대표선수였던 Chris Webber는 UNC 선수가 쏜 불발 슛을 리바운드로 잡아서 쏜살같이 UNC 골대를 향해 달려가다가 갑자기 공을 움켜잡고 타임아웃을 불렀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뜬금없는 타임아웃이었던 것이다. 모두가 어리둥절해서 상황파악을 하는데 오래 걸렸다. 왜냐하면 미시건은 타임아웃을 모두 사용한 상태라 더이상 타임아웃 기회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스 웨버의 이런 어의없는 실수로 미시건은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되어 UNC에 두개의 자유투에  볼점유 기회까지 내어주면서 결국 UNC는 76대 71로 미시건을 이기고 그 해의 NCAA 챔피언쉽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린다.

크리스 웨버가 20초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역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본인에게 주어졌을 때 그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을 짐작할 만하다. 결국 그런 스트레스로 짧은 순간에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실수로 이어졌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런 실수를 하고 나서 오는 트라우마는 떨쳐내기 쉽지 않다. 어지간한 정신력이 아니면 늘 그 기억이 따라다니며 평생을 자책하게 할 수도 있다.

 

 

 

"Dear Chris,

I have been thinking of you a lot since I sat glued to the TV during the championship game.

I know that there may be nothing I or anyone else can say to ease the pain and disappointment of what happened.

Still, for whatever it's worth, you, and your team, were terrific. And part of playing for high stakes under great pressure is the constant risk of mental error. I know. I have lost two political races and made countless mistakes over the last twenty years. What matters is the intensity, integrity, and courage you bring to the effort. That is certainly what you have done. You can always regret what occurred but don't let it get you down or take away the satisfaction of what you have accomplished.

You have a great future. Hang in there.

Sincerely,
Bill Clinton"

 

 

이 경기 후 이틀 뒤인 1993년 4월 7일, 그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빌 클링턴은 이 경기를 TV로 직접 보았다며 백악관의 문장이 선명하게 박힌 종이에 크리스 웨버를 위로하기 위해 사려깊은 친필 편지를 썼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두번 진 선거전과 다른 많은 실수들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서명 직전 마지막에 쓴 표현이 "Hang in there."였다. 이 표현을 모르더라도 편지의 흐름을 보면 대충 의미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존버"와 짝이 될에 가장 가까운 영어 표현은 뭐가 있을까? 이미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존버"라고 말할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정말 자주 즐겨쓰는 표현은 "hang in there"이다. 여기서 "there"는 특정 장소를 가리키기 보다는 처해있는 현 상황을 가리키는 부사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도 "버티다", "견디다"라는 의미의 표현은 수없이 많지만, 우리말에서 "존버"라고 말할 상황에서 가장 대치하기에 좋은 표현은 "hang in there"인 듯 하다. 빌 클린턴이 크리스 웨버에게 마지막에 한 말은 "너 앞날이 창창하잖아. 존버해."라는 뜻이었다. 이 편지 덕분이었는지 모르지만, 크리스 웨버는 클린턴의 기대대로 그 후에도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hang in there" in Media
"We know that there's a whole cohort of people who are just hanging in there and a change — even a slight change — in mortgage rates is is going to have an impact." <ABC News, 2019.2.4>
우리는 그냥 존버 중인 사람들 계층이 있다는 것도, 주택담보 대출 이율 변화, 심지어 작은 변화라도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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