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를 영어로?

그는 모든 질문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 He w_ _ _ _ _ed out of every question.

 

그는 모든 질문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 He weaseled out of every question.

 

미꾸라지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친숙하기도 하고, 사실은 정말 중요한 식재료이다. 미꾸라지는 갈아서 추어탕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몸통을 그대로 써서 통추어탕도 만든다. 또 튀겨서도 먹는 맛과 영양만점의 효자 요리재료이다. 추어탕이 얼마나 유명한 요리인지 남원 추어탕이니 원주 추어탕이니 하면서 각 지방 이름이 붙을 정도로 지역색있게 다양한 레시피(recipe)로 만들어져 다양한 맛을 맛볼 수도 있다. 

 

애석하게도도 이런 중요한 식재료인 미꾸라지가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여 그 맛에 비해 별로 대접을 못받고 있다. 맛에 집중하기보다 미꾸라지의 그리 예쁘지 않은 외양과 미끌거리며 손에 잡히지 않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에서 유래한 표현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라는 관용표현이다. 

 

그럼 영어에서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와 같거나 유사한 표현이 있을까? 물론 있다. 다만 "미꾸라지"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미꾸라지"는 영어로 "mudfish"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미국인들에게 미꾸라지 자체는 우리나라에서처럼 자주 볼 수 있는 친숙한 생물이 아니다. 아마 특별한 날 한인마트 정도 가야 가끔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인마트에도 매일 있는 쇼핑 아이템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영어권에서는 미꾸라지 대신에 "족제비(weasel)"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미꾸라지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것은 미꾸라지가 제일이긴 하다. 미꾸라지야 말로 온몸을 비비 틀면서 능글맞게 잘 빠져나가니 말이다.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그것을 잘 체감을 못하니 일단 족제비(weasel)로 정착한 것 같다. 그래서, 영어로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라고 할 때 "weasel"을 동사로 써서 "weasel out of"라고 표현한다. 굳이 해석해보면 "족제비처럼 빠져나가다"라고 뜻인데, 미꾸라지를 아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의미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족제비가 빠른 것은 알지만, 그렇게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이미지인지 우리가 체감이 안되기 때문인다. 그렇지만, 반대로 미꾸라지에 친숙하지 않는 미국인들에게 굳이 "mudfish out of"라는 표현을 정작 쓴다면 이들도 이 표현의 의미를 추측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한가지 더 영어와 우리말 습관이 다른 점을 들자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에는 "~처럼"이라는 말이 붙지만, 영어에서는 굳이 그렇게 "족제비처럼"같이 "~ like"같은 표현은 붙이지 않는다. 명사를 바로 동사로 옮겨버리고 만다. 따라서 영어로는 "like a weasel"처럼 길게 표현할 필요가 없다. "미꾸라지처럼"이 아니라 바로 "미꾸라지다"라고 해버리는 것과 같고, "족제비처럼"이 아니라, 그냥 "족제비다"라고 해버리는 말습관이다. 이것은 명사를 같은 성질을 같는 동사로 전환해 쓰는 경우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눈여겨두면 좋다. 

 

▶weasel out of ~ : ~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

Companies have been weaseling out of providing health insurance for several decades now, just the way they weaseled out of paying you a pension.

회사들이 당신에게 연금 지급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것처럼 이제는 수 십년째 건강보험 제공하는 것을 미꾸라라지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I don't want to brag, but I think the way that I've weaseled out of a lot of these duties is brilliant.
내 자랑은 아닌데, 내가 이런 많은 의무들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방법은 기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