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팔아 직접 찾아간 미국의 인물, 건물, 그리고 사물 이야기 22

12. 죽어서야 사진작가로 탄생한 유모: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늘 그렇듯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핸드폰의 구글창을 열어 구글이 추천해 주는 기사나 블로그를 스캔하는 버릇대로 그날도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기사 하나가 번쩍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한 번은 가봐야지 하면서 미뤄왔던 스웨덴의 사진미술관인 Fotografika New York이 문을 닫는다는 것과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의 사진 전시가 그곳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결국 Fotografika 사진미술관과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의 사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이다. 사실 필자는 사진예술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Fotografika에 가보고 싶었던 것은 미술관 건물이 너무 멋스러웠기 때문이다...

11. 백년 넘은 교회에서 먹는 경건한 피자: John's Pizzeria of Times Square

1990년대 초만 해도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지금과 같이 관광객이 선호할만한 관광명소가 아니었다. 70년대 뉴욕시가 파산할 지경에 이를 만큼 쇠락했던 시기에서 타임스퀘어는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성인 샾과 매춘, 폭력, 범죄가 성행하는 피해 가야 할 지역이었지만, 타임스퀘어를 재생시키 위한 뉴욕시의 움직임도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 당시 뉴욕시장이던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는 타임스퀘어를 탈바꿈하기 위해 환경을 미화하고, 범죄율을 낮추고, 비즈니스를 끌어들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실천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디즈니(Disney)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타임스퀘어에 있는 New Amsterdam Theatre에 유치한 것이다. 뉴욕시는 1995년 이 극..

10. 공공의 힘에 굴하지 않은 미약한 시민 저항의 상징: 헤스 삼각형(Hess Triangle)

20세기 초는 뉴욕시에 있어서 격변의 시기였다. 허드슨강 지하에 뉴저지와 맨하탄을 직접 연결하는 철도 터널이 뚫리고, 펜스테이션(Penn Station)이 문을 열면서 엄청난 수의 통근자들이 맨하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가운데 뉴욕시는 로어 맨하탄(Lower Manhattan)과 미드타운(Midtown)간 교통로를 개량하기 위해 7번가(Seventh Ave)를 남쪽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한다. 도시 한가운데 당연히 없던 길을 뚫는 것이니 기존 주택과 건물들을 허물어야 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뉴욕시는 이런 사유 재산을 수용하기 위해 공공수용권(eminent domain)을 행사한다. 뉴욕타임즈 1913년 10월 5일자 기사에서 이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있다. 미국의 공공수용권(eminent domain)..

9. 뉴욕증권거래소(NYSE) 황소는 누구 소유인가?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있는 뉴욕의 금융 지구(Financial District)의 관광객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황소상은 사실 이름도 많다. Wall Street Bull이라고도 하고, Finnancial District Bull이라고도 하며, Bowling Green Bull, 또는 New York Stock Exchange Bull이라고도 한다. 이런 이름들은 모두 황소상의 위치와 관련 있는 이름들인데, 지역을 배제하고 조각 자체 이미지에 충실한 명칭은 역시 "The Charing Bull (돌진하는 황소)"이다. 우리나라 여의도에도 증권사나 금융투자협회 같은 곳에 황소상이 있기는 하지만, 사이즈나 역동성에서 뉴욕의 것을 따라올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Wall Street Bull이라..

8. 뉴욕의 흔한 풍경: 에디슨의 수증기

1984년 작품인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유명한 포스터 장면은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알만한 뉴욕의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바로, DUMBO (덤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한도전 덕분에 더 잘 알려진 관광명소로 아마 뉴욕에 관광을 간다면 웬만하면 일정에 들어가는 곳일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사진보다 실제 가 봤을 때 더 멋진 곳이 아니었을까 한다. 덤보는 정확히 말하면 브루클린에 위치해 있는데, 사실 덤보는 여러 단어를 하나로 하친 축약어(Acronym)로 원래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라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뉴욕의 맨하탄 브리지 밑인 것이다. 이렇게 일견 보기에 너무..

7. 뉴욕 지하철 입구 흔한 풍경의 암호 해독: 둥근 램프의 의미는?

뉴욕의 지하철은 지저분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쥐도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뉴욕의 관광객이든 살고 있는 현지인이든 맨하탄에서 돌아다니는데 뉴욕 지하철만 한 것이 없다. 단지 맨하탄에서 차를 운전한다는 이유 하나로 살인적인 주차요금과 통행료, 그리고, 24년 1회 연기 끝에 결국 25년 1월 도입된 맨하탄 내 혼잡 통행료(Congestion Fee)까지 내야 하니 사실 맨하탄에서 운전을 주이동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얘기이다. 게다가 뉴욕의 지하철은 우리나라처럼 땅속을 깊게 파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선은 짧은 계단 하나, 두 개 정도면 바로 지하철 플랫폼으로 연결되어서 편리하기도 하다. 게다가 뉴욕 지하철은 24시간 운영된다. 그런데, 뉴욕 지하철을 ..

6. 재벌과 싸운 고집의 예술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주소로는 30 Rockefeller Plaza에 위치한 록펠러 센터 빌딩이자 현재 Comcast 빌딩 로비에는 엄청나게 큰 벽화가 그려져 있다. "American Progress"라는 제목의 이 벽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의 화가인 호세 마리아 세르트(José Maria Sert)의 작품이다. 언뜻 보면 크고 멋진 벽화일 뿐이지만, 이 벽화가 그려지기까지에는 사연이 꽤 있었다.  1932년 록펠러 가문 일가는 멕시코의 유명한 예술가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에게 30 Rockefeller 빌딩 로비를 장식할 벽화를 그려달라고 의뢰했다. John D. Rockefeller Jr. 의 아내이자 뉴욕 현대미술관 MOMA의 공동창립자 중 한 사람인 Abby Rockefeller는 이전부터 디에고..

5. 서명은 이 사람처럼 큼직하고 자신있게: 존 행콕(John Hancock)

존 행콕(1737-1793)은 매사추세츠주 출신의 돈 많은 무역상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되는 바람에 그의 삼촌 토마스 행콕(Thomas Hancock)의 가정에서 자랐다. 삼촌 토마스 행콕은 성공한 무역상이었었데, 삼촌 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1764년 삼촌 존 행콕이 죽으면서 그의 사업을 물려받았고, 이를 통한 재력 덕분에 보스턴의 재계와 사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올랐다. 존 행콕은 주로 영국과 무역거래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데 영국 정부가 식민지 운영 자금 부담에 식민지에 직접 과세하려 시도하자 직접적으로 사업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 1768년 영국 세관 관리가 밀수 혐의로 존 행콕 소유의 무역선인 Liberty를 압류한 것이 영국정부와 직접적..

4. 뉴욕 발레 The Nutcracker (호두까기 인형)과 George Balanchine

매년 연말 뉴욕 맨하탄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크리스마스 풍경이 있다. 사실 뉴욕 맨하탄만큼 크리스마스에 진심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이나 정성이나 매년 맨하탄의 크리스마스는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듯하다. 그 대표적인 1호 풍경은 역시 락펠러센터의 크리스마스트리일 것이다. 이 트리는 매년 하반기부터 트리감으로 적당한 나무를 찾아다니는 트리 헌팅을 통해 조달되는데, 트리 소유주의 기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트리 선정 과정과 결과도 극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트리를 제공한 소유자가 아무리 입이 간질간질해도 꾹 참아야 한다. 공짜로 주는 것이지만, 선정된 것이 가문의 영광일 만큼 락펠러센터 크리스마스트리는 그 의미가 깊다.또 하나 대형 트리 때문에 가려지기 쉬운 것이 락펠러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앞 채널 ..

3. 6백만불짜리 바나나를 판 사나이를 만나다: Mr. Alam

2024년 11월 20일 뉴욕 소더비(Sotheby's)에서는 장안의 화제가 된 경매 물건이 있었다. 바로 덕 테이프(duct tape)으로 벽에 고정한 바나나이다. "Comedian"이라고 명명된 이 작품은 이탈리아 시각 예술가인 Maurizio Cattelan이 창안한 것으로, 나름 총 3 작품만 판매된 한정판(?)이다. 이미 2019년 국제적 아트페어(art fair)인 마이에미 비치 아트 바젤(Art Basel Miami Beach)에서 3개 작품이 12만 달러에서 15만 달러 가격에 완판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었는데, 금번에는 경매 최저 가격이 그 가격을 이미 훌쩍 뛰어넘는 무려 80만 달러로 책정되어 나왔다. 그러나, 작품명처럼 이런 코미디(?)같은 가격도 모자라 이번 경매에서는 입찰..